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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를 만났다. 2011년도에 그를 만났다. 그때 그는 총각이었는데, 이제는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물론 그간 틈틈이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찌 사는지 삶의 세간은 대강 알고 있었지만, 오늘 만나 그러한 변화를 떠올려보니 30대 초반은 소름끼치게도 신속하게 움직인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 회사의 신입이었다. 지금은 어느덧 3년차 직장인이 되었고, 쓴맛도 보고 단맛도 보며 살아간다. 쓴맛과 단맛을 오가며 세 번 이사를 했고, 적금도 붓고 전세자금대출을 받기도 했다. 

S도 어제 이사를 했다. 신혼집으로 삼은 빌라를 벗어나 아파트로 옮겼다. 전세가 없어 반전세로 들어갔단다. 월세 낼 생각에 걱정부터 하던 그였지만, 막상 이사한 집을 가니 기분이 좋았단다. 넓고 쾌적하고 안락한 집. 와이프도 좋아했단다. 당연히 그의 아이도 좋았겠지. 작년에 태어난 그 아이는 어느덧 돌이다. 이번 주 토요일에 돌잔치를 한다고 한다. 모든 게 순식간이다. 결혼도 가정도 아이도. 그러나 그걸 겪고 있을 때는 몰랐겠지.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은 뒤돌아봐야 빠르니까. 아프기도 했을 것이고 힘겹기도 했을 것이고 체념하고 싶기도 했을 것이고. 어떤 날은 마냥 웃었겠지. 그러한 삶의 변화가 두려운 건 아마 우리가 아니라 이 세상이 퍽퍽하기 때문일지도. 

2011년, 그때 우리가 오늘을 상상을 했을까. 아니면 더 나은 어떤 꿈을 꿨을까. 아무 생각도 없었을지도. 거기에 대해선 세밀히 대화를 나눈 적이 없기에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때보다 지금, 삶의 몰입을 더 하고 있다는 것. 2014년이다. 이 신속한 삶의 변화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제 타협은 할 수 있겠다. 그러니 나는 간곡하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사랑할 거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위해서, (희생이라기보다) 나는 남들과 다른 사람이야, 라는 자의식을 버릴 수 있겠다. 이제야 인정한다. 나는 오래 전부터 특별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음을. 꿈이라는 걸 가진 이후, 내 삶이 특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이정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