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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지, 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지났다. 무려 2000년(이 숫자를 보니 끔찍하다. 그 연도가 존재했나 싶다.)에 만난 오라질년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모 온라인 서점 MD 바갈라딘과 함께 한다. 편집과 음악 감독을 맡고 있는 K와는 같은 동아리 출신이다. 이리 말하면 출신학교를 오해할 수도 있는데, 나는 수능을 보고 다시 대학을 들어갔기에 엄밀히 따지자면 오라질년과 K와 동문은 아니다. 물론 그들이 싫어서 학교를 떠난 건 아니다.

 

‘뫼비우스의 띠지’는 뫼비우스의 띠지, 라는 모임에서 모의한 팟캐스트였다. 말도 조리 있게 못하고 발음에 문제가 있는 내게 참여하라고 한 바갈라딘과 오라질년은 아마 대인배인가 싶다. 팟캐스트를 몇 회 진행하면서 곁에서 본 그들은 열정적이다. 온갖 자료 조사와 구성까지 그들은 철저히 준비한다. 누군가 ‘뫼비우스의 띠지’에 대해 “이렇게 힘들어도 일해요”라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것보단 “이렇게 힘드니까 바꿔 일하고 싶어요”라는 느낌이 강하다. 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일에 열정적일 필요는 없다. 내가 봤을 때, 그들은 진짜 노동을 하고 싶은 거다.

이 출판계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걸 모른다. 심지어 한 회사에 있었으니 다른 회사의 사정도 잘 모르고. 그러나 귀동냥으로 듣고 살짝 엿본 이 판은 그 구조가 취약하고 부조리하다. 노동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며,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감내할 게 성취하는 것보다 많은 것 같다. 이쪽을 이끄는 사람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486세대가 많은데, 그들은 ‘지식 선전’을 ‘노동 인권’보다 우선시한다. 그리고 지는 꼴을 보지 못한다. 이건 그들이 이 권력에 강력히 요구하고 또 이루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생긴 성격 같은데, 이러한 성격이 세대 전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건 연구해볼 주제인 것 같다. 이른바 꼰대들!

언젠가부터 발언하고 분노하는 일보다 침묵하는 일이 잦아졌다. 먹고 사는 일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이 얼마나 삶에 무모한 짓인지 더 늙어서나 알게 될 것 같다. 오늘이 침묵이 이 세상의 구조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결국 나 또한 집 한 평 한 평 넓히려고 마음을 숨기는 일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 판에 몸을 담게 될까. 그리고 바갈라딘과 오라질년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뫼비우스의 띠지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아니, 언제 끝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