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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6일에서 17일 사이, 나는 이 글을 쓴다. 파주에서 몇 번의 주말을 지냈을까. 세어보지는 못했다. 거의 모든 주말을 N과 함께 지냈다. 소소하게 지냈다. 밥을 해먹고 도서관을 가거나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심학산에 가기로 약속은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있다. N은 낮잠을 잘 때도, 밤에 잠을 잘 때도 책을 읽는 버릇이 있다. 좋은 버릇 같아서 나도 따라 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거금을 주고 소파를 샀고, 소파 높이에 맞춰 싸구려 좌식 테이블을 입식으로 리폼했다. 제법 카페 분위기가 난다. 고양이들이 다 긁어 놓아 해진 소파는 베란다에 놓았다가 다시 안에 두었다. 부러져 버린 다리 대신 벽돌을 주워다가 다리로 삼았다. 새로 산 소파를 꾸가 긁을까 걱정이라 늙 긁어대던 소파나 긁으라고 가져다 두었다. N은 텔레비전을 볼 때면 이불과 베개를 헌 소파 위에 두고 철저히 '자리관리'를 한다. 꽤 편해 보여 나도 몇 번 이용했다. 그럴 때마다 N은 자리를 바꿔달라고 당당히 요구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이처럼 소소한 일상에도 아름답다면, 다음 생에도 충분히 이 사람을 만나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쩍 이 사람과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내가 외롭거나 그 비슷한 이유 때문은 아니다. 예전이라면 그렇겠지만, 지금 내 곁의 이 사람은 내 마음의 일부 같다. 나는 타인을 만날 때 (심지어 가족에게까지) 순간 낯설어져 눈을 자꾸 피하는데, 이 사람과 있을 때는 그러지 않는다. 나의 오랜 습관도 N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게 사랑이라면 나는 아마 첫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모습을 꾸가 지켜보고 있다. 책상 위에 올라앉아, 노트북 옆에 앉아 가만히 글을 훔쳐보고 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데도 손가락을 보지 않고, 이 글이 진행되고 있는, 한 자 한 자 늘어나는 텍스트를 보고 있다. 이 모습을 N이 봤다면 또 사진을 찍었겠지. 웃으면서. 어젯밤에 사온 홍콩야자, 라는 식물이 참 예쁘다. 오래 살아야겠다. N이 외롭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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